
그동안 행정, 민사, 형사, 신청사건 등 판사로서 처리하고 직접 썼던 판결문이나 결정문이 대략 5,000건은 훌쩍 넘길 것 같다.
판사인 친구 중에는 이런 엄청난 업무량때문에 재판보직을 힘들어하고, 비재판보직을 맡으려 애쓰는 친구도 있다.
그 친구가 한번은 어떤 마음으로 판결을 하냐고 재판보직을 좋아하는 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.
순간 나는,
일단 이 일이 너무 좋아.
당사자들은 판사에게 정말 묻고 싶은 것이 있더라고.
예를 들어,
"판사님 봐주세요~딱이 증거 하나면 정말 내 말이 맞지 않아요?"와 같이.
나는 이렇게 당사자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.
법정에서도 찬찬히 들어주고 기록에서도 찬찬히 들어주고 싶어.
이해하려 애쓰며 열심히 들어주고 싶어.
판결문에도
"판사님, 정말 이건 내 말이 맞지 않아요?"
라고 당사자가 물어보고싶은말에 대해서
"그건 이런 면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어요.
그런데 이것도 우리 한번 봐볼까요? 이런 것들 전부 통틀어 보면 또 이렇게 보이기도 하지요?" 라고 성실하게 "대답해 주는 판결을 쓰려고 정말 노력해.
양당사자 모두 내 판결문을 받아보고, 결론은 어쩔수없다고 하더라도 누구하나 마음 다치지 않게 쓰려고.
당사자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어루만져주면서도 결론은 내주는,
더 이상 마음 상하지 말고 이제 일상으로 잘 돌아가 행복한 삶을 이어 나갈수 있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아 판결문을 써 왔어.
그리고 유무죄든 양형이든 너무 지금의 법원분위기, 사회분위기 내에서만 쓰는 것은 아닌지.
10년 후에 내가 내 판결문을 보더라도 부끄럽지 않을지 항상 한 발짝 떨어져서 판결문을 보려고 노력하고 피고인의 입장에서는,
피고인의 어린 시절, 청소년기, 현재의 상황, 내가 저 상황에서 자랐으면 어땠을까 항상 생각해보고.
그리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법정에 재정하지 않았더라도, 법정 방청석 맨 끝에 항상 앉아서
내 재판과 판결문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
이것이
법복을 입은 판사의 마음.
이라고
-판사의 마음 블로그글 中에서-
